느린 아이, 어떻게 도와줄까?

느린 아이, 어떻게 도와줄까?

“숙제를 마치는데 하루 종일 걸려요, 보고 있으면 속이 터져요” 라며, 행동이 너무 느린 자녀가 염려되어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또한, “집중을 못 해요”, “학습이 부진해요”, “친구가 없어요” 라는 호소들을 잘 들어보면, 사실은 느린 “처리 속도” 문제가 밑바탕에 자리잡고 있는 경우를 종종 경험합니다.

처리 속도란, 뇌에서 정보를 지각하고 이해하고 반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합니다. 혹은 일정 시간 동안 완수할 수 있는 과제의 양 이라고 이해해도 좋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해야 할 공부량이 많아지는 것이 현실인데, 처리 속도가 느린 것은 교육 공화국 대한민국에서는 엄청난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실제 지적인 능력과 상관없이 ‘머리가 나쁘다’ ‘공부를 못 한다’ 라는 오해를 받게 합니다. 그런 부정적인 평가들은 아이들의 자존감에 상처가 될 수도 있겠지요.
즉, 느린 처리속도는 학업적, 사회적, 정서적 장애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느린 아이를 도울 수 있을까요?

먼저 느린 아이들에 대한 연구 결과를 살펴 보겠습니다.
1. 남아들이 여아들보다 처리 속도 저하 문제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2. 느린 학생들은 사회성 결핍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사회적 상호작용은 상대방의 행동 및 언어에 대해 적절한 속도로 반응하는 타      이밍과 관련이 높기 때문이다.
3. 느린 학생들은 읽기 장애를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언어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느린 것이 읽기 학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4. 느린 처리 속도로 인한 문제들은, 특히 남아의 경우,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5. 느린 처리 속도를 가진 아이들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ADHD)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약 60% 정도 된다.

<내 아이는 과연 심각한 수준일까요? >
아이가 행동이 느려서, 공부나 친구관계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다 발휘 못하고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볼 것을 추천합니다. 종합심리검사 (풀밧데리) 와 같은 정밀한 검사를 통해서 언어, 인지, 학습, 고위 실행 기능 (전두엽 기능) 등에 관한 객관적인 파악을 하게 되면, 아이를 정확하게,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신속하게 과제를 처리하는 것이 아이의 능력 밖에 있음을 이해하게 되면, 아이를 몰아세우거나 다그치고 야단치는 일이 줄어들 것입니다. 아이와의 관계가 개선되고, 아이가 느끼는 삶의 질이 개선될 것입니다. 또한, 처리 속도가 느린 원인이 불안 우울과 같은 정서적 이유 때문인지, 주의력 결핍 때문인지, 학습 장애 때문인지를 감별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정확한 전략을 세울 수 있고, 결과적으로 아이를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느린 아이를 어떻게 도와줄까요?>
1. 느린 아이 임을 받아들입니다 –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을 이해하면, 더 이상 그 문제로 인한 좌절감과 무기력감과 실망       감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기억하셔요. 핵심은, 어떻게 아이를 도와줄 수 있을까 입니다.
2. 아이를 정확히 파악합니다 –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속도가 느린 아이들은 부모자녀관계문제, 또래관계문제, 학업성취의 어려움 등이 동반됩       니다. 아이가 숙제를 제 시간에 마치는 것이 어려운지, 시간이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어려운지, 아이의 어려움이 어떤 영역에서 가장 두     드러지게 나타나는지를 등등을 민감하게 살펴서 그 부분을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3. 부모 자신을 돌아봅니다 – 느린 처리 속도의 문제는 유전적인 성향일 가능성이 상당히 있습니다. 혹시, 엄마 자신이 혹은 아빠 자신이 늘 일정     을 맞추느라, 제 때에 일을 마치느라고 힘들지는 않은지요? 혹은 정반대로, 야무지고 빠른 엄마의 속도와 아이의 느린 속도가 맞지 않아서, 힘       들어 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4. 부모가 아이의 어려움들을 해결하는 도우미, 지지자, 협력자 임을 알립니다 – 엄마가 나를 이해하고 내 편이고 나를 도와준다는 확신이 생긴       다면, 아이가 자신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극복할 힘이 생길 것입니다.
5. 가정 환경을 효율적으로 규칙적으로 만듭니다 – 물건을 제 자리에 두는 것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과를 실행하는 루틴 routine을 반       복하여 훈련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6. 집에서 아이에게 말하는 방식을 바꿉니다 – 지시를 할 때는, 짧게 끊어서 합니다. 아이가 처리하고 소화할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7. 시간 개념을 알려 주고, 시간 관리법을 가르치고 훈련합니다.
8. 아날로그 시계 보는 법을 가르칩니다.
9. 공부 시간 동안 과제를 짧게 끊어주고 잦은 휴식을 갖게 합니다.
10. 과제나 시험을 완수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허락합니다.
11. 스케줄러, 시간표 등 시간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를 활용합니다.
12. 아이의 대변자가 되고 지지자가 됩니다 – 때로는 학교에 아이의 특성을 알리고 이해와 도움을 청해야 할 때가 생길 수 있고, 때로는 아이의           대변자가 되어 변호할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아이가 스스로를 변호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자신의 특성과 어려움 등을 말로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13. 노트 필기법, 암기법 등 효과적인 학습 전략들을 가르칩니다.

느린 아이를 키우는 것은 때로는 태산같이 무겁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느린 속도로 자신보다 빠른 또래와 세상을 상대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이 느끼는 어려움과 버거움은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차원일 수 있습니다. 그럴수록, 아이가 엄마는 내 편, 어떤 어려움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가 부모님을 안전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도울 수 있고 또 도움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아이의 편이 되어 주셔요. 느리지만, 신중하고 깊이 있는 아이의 장점을 찾아내어 칭찬해 주셔요.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세상을 사는 거야. 세상에는 느린 사람도 필요해. 라고 아이에게 용기를 주는 것도, 잊지 마셔요!